필자와 혼다자동차와는 각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20년이 살짝 넘는 카라이프 중에 처음으로 가졌던 차가 바로 혼다였기 때문입니다. 저 사진은 1990년 8월경 찍은 것입니다. 새파랗던 스무살때 좋았던 시절 부모님의 은덕으로 저런 사치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잡지로만 읽어보았던 내용들을 직접 하나 둘 경험하기 시작하였고 파란만장한 카라이프를 시작하였습니다. 저 차의 이름은 혼다 시빅 CRX입니다. 그냥 CRX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었죠. Civic Racing eXperiment의 약자입니다. 당시 인기소형차 시빅의 길이를 줄여 뒷자리를 없애고 차체를 낮추어 만들어낸 2인승 스포츠쿠페(해치백)입니다. 960킬로그램밖에 나가지 않는 가벼운 무게와 당시로는 강력한 108마력짜리 1.6리터엔진이 올라간 이 녀석은 잘달리기로 유명했었죠. 더블위시본 멀티링크 서스펜션, 가스식 쇽업소버, 가변기어비 스티어링, 16밸브 고회전형 엔진 등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명함을 내밀 수 있는 고성능차의 요건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다만 파워스티어링이 아니었기 때문에 핸들이 엄청나게 무거웠고 시속 100킬로가 넘아가면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시끄러웠고 창문도 돌려서 내려야하는 다양한(!) 편의장비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필자의 뇌리를 맴돌고 있는 이 차의 짜릿함은 5000rpm을 넘어가면서 느껴지는 엄청난 파워와 맹렬한 엔진음, 그리고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직진안정성과 날카로운 핸들링에 놀랄만큼 안정적인 승차감이었습니다. 당시 조금만 밟아도 애처로운 비명을 질러대던 타 차량들의 엔진에 비해 7000rpm까지 올려가며 몰아붙이는 재미는 지금도 짜릿함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 짜릿함을 뒤로하며 20년만에 타본 혼다차 3선! CRV, 어코드, 시빅!!! 시빅의 형제차로 CRX와 비슷하게 Civic Recreational Vehicle이라는 이름을 지은, 어찌보면 고성능의 혼다와는 어울리지 않는 RV 또는 SUV차량인 CRV. 차체가 높은 RV임에도 불구하고 20년전 혼다의 느낌이 많이 살아남아 있습니다. 2.4리터 엔진은 고회전으로 밀어붙여도 잘버텨주고 핸들링도 안정적이고 날카롭습니다. 동급 최고라도 칭할 수 있겠네요. 다만 동급의 국산 RV보다 훨씬 못한 편의장비와 실내마감이 아쉬었습니다. 어코드는 20년전에는 볼 수 없었던 6기통엔진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270마력이라는 엄청난 힘을 수동 트랜스미션처럼 손실 없이 빠르게 변속시켜주는 뛰어난 오토매틱 변속기와 팀을 이뤄 상당히 잘달리는 패밀리카를 만들어냈습니다. 6기통엔진의 부드러움과 파워는 역시 혼다엔진의 명성 그대로입니다. 그러나 가격대비 편의장비나 내장품질은 한세대 전 모델임을 보여줍니다. 타이어에서 들러오는 소음도 좀 아쉬웠고요. 시빅은 20년전 첫차의 아련한 추억을 느끼면서 시승하였습니다. 스틱이 아닌 오토매틱이었던 점은 아쉬웠지만 역시 손실 없이 깔끔하게 변속하는 실력이 발군이었고 고회전엔진의 최고봉 혼다의 명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이한 실내배열과 너무나 편안한 운전석의 의자디자인도 발군입니다. 그러나 3천만원을 넘게주고 사야하는 준중형차라는 부담감은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럼통을 펴서 두드려 미군 지프차의 뼈대에 붙여만든 국산차나 일본, 유럽에서 한물 간 차들을 들여와 조립해서 팔던 시절 혼다는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인 F1에 참가하여 휩쓸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가 먹을 것을 걱정할 때 미국에 차를 팔던 사람들의 축적된 기술력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 경험과 노하우가 녹아있으니 당연 훌륭한 차가 나오겠지요. 첫 차라서 각별한 것도 있겠지만 '기술의 혼다'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회사의 공식명칭도 혼다기술연구소(혼다기연)이라고 지을 정도로 기술개발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이 자동차회사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국산차에 밀리는 듯한 양상도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차량의 감성품질을 결정짓는 NVH(소음), 내장품질, 편의장비 등은 국산차가 수입차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능도 치밀함과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거의 밀리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 팔리는 혼다 3총사는 이미 출시된지가 오래된 모델.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잘나가는 현대기아의 신차종에 대항하여 새로이 출시될 혼다의 신모델들이 기대됩니다. |
2012년 8월 15일 수요일
혼다자동차(本田機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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