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형 볼보 S60 D4를 시승했다. 2013년형 S60은 새로운 디자인의 변속레버와 업그레이드 된 시티 세이프티를 적용했다. S60 ‘D4’는 이전 연식에서 ‘D3’로 불려온 2,000cc 5기통 디젤 엔진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글, 사진 / 민병권 (RPM9.COM 에디터)
바꿔서 말하자면, S60 ‘D3’가 2013년형부터는 S60 ‘D4’로 이름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출력만 십여 마력 차이 나는 엔진을 C30에서는 ‘D4’, S60 등에서는 ‘D3’로 부르는 것은 이상했다. 그래서인지 볼보 코리아도 ‘D3’라는 명칭보다는 ‘2.0 디젤’이라는 표현을 써왔다. 이번 D4의 앞 휀더와 트렁크 덮개에 붙은 ‘2.0 / DIESEL’ 로고는 D3때부터 있던 것이다.
아무튼, 시승차인 2013 S60 D4에 탑재된 것은 2,000cc 5기통 싱글 터보 디젤 엔진으로, 이전 D3와 같은 최고출력 163마력/3,500rpm,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한다. 이에 비해 2013년형 D3는 출력이 136마력으로 낮아졌고 토크도 35.7kgm로 떨어졌다. 배기량과 기통수는 그대로이다.
이전 S60 D3 (즉 D4…)는 태백 서킷에서, 그리고 서울까지 돌아오는 길에 고속도로에서 시승했었다. 이번에는 좀더 일반적인 조건에서 운전해볼 수 있었다. 우선은, 연약한 듯 하면서도 매끄러운, 볼보의 가솔린 차와 비슷한 음색이 특징적이다. C30 D4의 경우에는 엔진을 쥐어짤 때 간헐적으로 고압 엔진의 거슬리는 기계음이 들리기도 했지만, 상위 모델의 D4에서는 잦아들었다. 오히려 회전수가 낮을 때 부수적인 작동 음들이 들린다. 회전 소음은 320d보다 낫다. 대신, 같은 엔진을 얹은 S80보다는 정차 중 진동이 더 느껴지는 편이다. 엔진이 열을 받은 상태에서도 시트를 통해 진동이 전달된다.
제원상 0-100km/h 가속은 9.2초로 딱히 빠르지 않지만, 체감 가속 성능은 호쾌하다. 1,500~2,750rpm에서 4.0리터 가솔린 엔진에 필적하는 토크가 나오는 만큼, 어지간한 요구에 대해서는 차고 남는 힘으로 대답한다. 특히 가속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시원스레 나가는 느낌이 만족감을 높인다. 부드러운 가속 탓에 본의 아니게 과속을 할 수도 있다. 고속에서의 응답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차라리 볼보의 특성이다.
가격대비 만족도를 따지면 D5보다 나을 수 있겠다. D5는 215마력 트윈 터보 엔진뿐 아니라 보행자 충돌 방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및 큐 어시스트, 액티브 하이빔, 도로표지 인식 등 D4에 없는 첨단 사양들을 갖추긴 했다.
새 디자인의 변속레버는 물음표를 남긴다. 레버의 문자판 주위에 흰색 LED조명을 넣어 입체감을 주었는데, 그 효과가 사진으로 보던 것만 못하다. 레버 자체에 현재의 포지션이 나타나도록 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전 레버보다 품질은 오히려 낮아 보이니 문제다. 모양은 바뀌었지만 조작감이 먹먹한 것은 변함없다. 그리고 D4에는 스포츠 모드가 없다.
레버를 D에서 왼쪽으로 당기면 곧장 수동 모드가 된다. D로 주행하다 가속할 때는 시프트다운을 하느라 가속이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스포츠모드의 부재가 아쉽다. 수동모드에서는 회전 한계에서 시프트 업을 자제하긴 하는데,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오르막에서 가속할 때는 원래의 기어를 유지해주지만, 평지에서는 시간을 끌어주다가 결국은 다음 단으로 넘어간다. 어쨌든 변속기는 여전히 아쉽다. 시프트 업 과정도 길게 느껴진다.
D에 놓고 풀 가속하면, 4000~4200rpm을 경계로 40, 70, 110, 145에서 다음 단으로 넘어간다. 100km/h에서의 회전수는 1700rpm정도다. 주행 질감이나 승차감은 차 크기를 넘어서는 아늑함을 준다. 그러면서도, 굽이진 길에 들어서면 예민한 움직임을 보인다. 제동 때의 안정되고 부드러운 느낌이 좋다. 주차브레이크는 전동식이지만, 조작부가 대시보드 왼쪽 아래에 쏠려있어 자주 쓰긴 불편하다.
연비는 기대에 못 미쳤다. 230km를 주행하고 난 뒤 11.2km/L의 평균 연비를 얻었다. 시승차에 남겨진 3,300km주행의 평균연비는 12.0km/L로 좀 나았다. 공인연비는 14km/L인데, 구 연비 기준으로는 16km/L라고 한다.
실내는 동 가격대 프리미엄 경쟁모델들 대비 호사스럽다. 눈에 보이는 사양이 아주 좋은 것은 아니지만, 기본 마감이 고급스럽고 화려하다. 지금의 광나는 나무 말고, 센터스택 표면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해외 사양의) 다른 장식은 어떨까 싶긴 하다. 센터스택 뒤편의 수납공간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좁고 쓰기 불편해 보인다. 운전할 때 다리를 기댈 수 있는 위치인 센터스택 모서리가 아픈 것도 불만이다.
운전석은 메모리시트이고 스티어링 컬럼은 수동 조절이다. 왠지 컬럼까지 전동조절과 이지액세스가 될 것 같은 차다. 통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센서스에 국내에서 작업한 지니맵의 한글 내비게이션은 화면이 또렷하고 터치가 잘되며 반응이 빠르다. 대신, 스마트폰에서 내비게이션을 쓰려면 위치를 못 잡는다. 유독 볼보 시승차에서 자주 겪는 일이다. USB, 외부입력단자는 가운데 팔걸이 안쪽에 들어있다. 물론 블루투스 연결도 지원한다.
차량 설정 메뉴에서는 여러 가지를 바꿀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이다. LOW로 해놔도 지나치게 가볍다는 느낌은 아닌데, 여기서 한 단계만 높여도 조금은 자신을 채찍질 하는 기분이다. 이외에도 후진 시 사이드미러 하향, 사이드미러 자동 접이 여부, 조명, 송풍 강도 등등 많은 설정이 가능하다. DSTC도 설정 메뉴에서 해제한다. 해제=’스포츠모드’인데, 심각한 상황이 되면 개입은 한다. 외기 유입이 자동으로 차단되지 않는 것과 무드조명(?)이 없는 것은 실내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아 아쉽다.
쿠페형 라인에도 불구하고 뒷좌석 머리공간은 좁지 않다. 머리가 뒷유리 아래에 놓이는 것이 신경 쓰이긴 하지만, 머리를 앞으로 당겨도 천장에 닿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앞바퀴 굴림임에도 불구하고 다리공간이 넓지 않은 것이 흠이다. 특히 앞좌석을 끝까지 내렸을 때는 발 공간이 좁아 다리를 오므려야 한다. 무릎공간은 좁지 않다. 뒷좌석용으로 별다른 편의사양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송풍구를 B필러에 배치한 것은 에어컨 바람을 얼굴에 직접 쐬고 싶을 때 유용할 것이다.
▲ 뒷좌석 등받이는 트렁크 쪽에서 레버를 당겨 접을 수 있다. 트렁크 바닥 면에는 세워 올려서 쓸 수 있는 쇼핑백 걸이가 있고, 바닥 아래에는 펑크 수리킷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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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드램프는 코너링시 조사방향을 바꿔주는 ‘액티브 벤딩 라이트’ 기능을 제공한다. 전방 안개등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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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어는 콘티넨탈 스포츠콘택3이고 235/45R17 사이즈를 끼웠다. |
▲ 저속 추돌사고 경감 장치인 ‘시티 세이프티’와 사각지대 감시장치인 ‘BLIS’를 장비했다. ‘30km/h이하’였던 시티세이프티 작동 범위가 ‘50km/h이하’로 업그레이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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