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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7일 월요일

야누스, 메르세데스 SLK 55 AMG


  
와! 스타일이 멋지다. 흰색 차체에 검정색으로 강조한 AMG 바디는 기본형 SLK보다 몇 배는 더 멋있어 보인다. 진짜 ‘55 AMG’가 아니더라도 기본형 SLK에 AMG 바디 패키지가 꼭 빨리 적용되기를 기대해야겠다.

글, 사진 / 박기돈 (rpm9 팀장)
  
하드탑 컨버터블 2인승 로드스터인 메르세데스-벤츠 SLK의 고성능 버전 SLK 55 AMG는 우선 멋진 스타일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게다가 시승차는 다소 심심해질 수 있는 흰색 차체이지만 여기저기 뚫려 있는 크고 작은 검정색 구멍들과 검정색 알로이 휠이 강렬한 팬더 룩을 이룬 과격한 익스테리어와 화려한 인테리어로 치장한 ‘SLK 55 AMG Edition 1’ 모델이다. SLK 55 AMG Edition 1은 글로벌에서 한정 생산되며, 국내에는 단 10대만 선보여 희소성이 높은 모델이다. 
  
  
도어를 열면 검정색 투톤 처리된 가죽과 알루미늄, 카본 등으로 꾸민 실내에서 화려함과 스포티함이 한껏 묻어난다. 데시보드와 도어 트림, 센터터널 할 것 없이 모두 가죽으로 덮고, 흰색 스티치로 꾸몄다. 센터 페시아와 센터터널은 카본으로 스포티함을 더했다. 

가운데를 검정 가죽으로, 가장 자리와 헤드레스트를 흰색 가죽으로 꾸민 시트는 스타워즈에 나오는 트루퍼를 연상케 한다. 옆구리를 지지하는 볼스터가 강조된 버켓 타입이며, 등받이 가운데 AMG 엠블렘 장식도 잊지 않았다. 목 뒤쪽으로 따뜻한 바람을 뿜어 주는 에어 스카프도 당연히 갖췄다.
  
오디오는 하만카돈 시스템이다. 비트와 섬세함이 좋아 무척 풍부한 사운드를 제공하는 인기 있는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인 반면, 비트가 강하게 때릴 때 운전석 쪽 도어에 떨림이 있는 점은 보완해야 할 것 같다. AUX와 USB를 지원한다. 

그 동안 전파 사용의 문제로 적용되지 못했던 키리스고 시스템도 이제는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 키를 주머니에 넣고도 도어 손잡이를 눌러서 잠그면 사이드미러가 자동으로 접히고, 다시 손 대면 열리고, 도어를 열면 사이드미러가 자동으로 펴진다. 

  
속도가 320km/h까지 새겨진 AMG 전용 계기판과 손이 주로 닿는 부위를 알칸타라로 꾸민 우락부락한 스티어링 휠은 AMG 실내의 백미다. 이 정도면 스타일만으로도 본전을 다 뽑은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작은 차체의 긴 후드 속에 무시무시한 8기통 5.5리터 엔진이 도사리고 있으니 겉모습만 보고 감탄을 끝내는 것은 지나치게 경솔한 처사다. 고급스러운 은색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AMG의 상징인 강렬한 사운드와 함께 421마력의 엔진이 깨어난다. 그리고 이 엔진은 성능을 즐기기 전에 눈으로 즐기는 것도 빼 놓으면 안 된다. 후드를 들어 올리면 가장 화려한 외모를 자랑하는 엔진(커버) 들 중의 하나인 은색의 AMG 엔진을 구경할 수 있다. 장인 한 사람이 모든 조립과정을 책임지고 완성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AMG 엔진은 커버에 조립을 맡은 장인의 사인이 새겨진 명판이 붙어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AMG는 그 동안 엔진 정책을 수 차례 바꿔왔다. 대 배기량 자연흡기가 AMG의 대표 철학인 것처럼 여겨져 왔지만 실제로는 5.5리터 자연흡기, 5.5리터 수퍼차저, 6.3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거쳐 현재는 5.5리터 바이터보로 새로운 V8 진용을 갖췄다. 이들 외에 일부 자연흡기와 V12 바이터보 엔진도 선보이고 있다. 

자연흡기 6.3 엔진을 대체하는 신형 63 AMG에는 모델에 따라 525마력(CLS)과 544마력(S, CL), 혹은 571마력(퍼포먼스 패키지)을 발휘하는 5.5리터 바이터보 엔진이 장착된다. 하지만 이름은 63 AMG다. 최고 등급인 65 AMG에는 6.0리터 바이터보 630마력 엔진이 장착된다. 이전 세대에 비해 출력들이 소폭 증가했다. 그리고 바뀌지 않은 일부 모델은 기존 6.3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계속 얹고 있다. 

  
한편, SLK는 대대로 주류의 AMG 엔진에 비해 조금 낮은 출력의 엔진을 채택해 왔다. SLK 최초의 AMG 버전은 초대 SLK 320에 수퍼차저를 더해 349마력을 냈던 SLK 32 AMG였다. 2세대 SLK에서는 당시 주류 AMG 모델이 6.3리터 자연흡기를 장착한 데 반해, 5.5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장착해 36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했었다. 

그리고 이번 3세대 SLK 55 AMG에서는 같은 5.5리터 자연흡기 방식이지만 최고출력이 421마력/6,800rpm으로 올라간 신형 엔진을 장착했다. 최대토크는 55.0kg.m/4,500rpm이다. 이번 신형 5.5리터 자연흡기 V8 AMG 엔진은 강력한 421마력도 돋보이지만, 평상시 그다지 큰 힘이 필요하지 않을 때는 8개의 실린더 중 4개를 일시 정지시키는 AMG 실린더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어 연비 향상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AMG 실린더 매니지먼트 시스템은 ‘C’모드에서 ‘ECO’버튼을 누르면 활성화되며, 내리막길을 달릴 때나 평지에서 가속하지 않고 순항할 때 자동으로 4개의 실린더는 꺼버리게 되는데, 이 때 계기판 가운데 ‘ECO8’이라고 적혀있던 것이 ‘ECO4’로 바뀌면서 실린더 매니지먼트 상황을 표시해준다. 수시로 ECO8과 ECO4가 전환되지만 운전자는 전혀 그 변화를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제어되는 점이 놀랍다. 예를 들어, 100km/h로 크루즈 컨트롤을 걸어서 주행해 보면, 회전수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평지에서는 ECO4, 오르막에서는 ECO8로 소리소문 없이 전환된다. 

또한, 에코 모드가 켜져 있으면 차가 멈출 때 자동으로 시동을 꺼 주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자동으로 시동을 걸어주는 ECO 스타트/스탑도 작동한다. 이 기능은 예전에는 출발하고 일정 거리를 이동한 뒤에야 다시 시동이 꺼졌던 것과는 달리 잠깐 움직인 뒤에도 다시 차가 멈추면 시동을 끌 수 있도록 개선됐다. 

  
시승차인 Edition 1 모델에는 매직 스카이 컨트롤도 장착되어 있는데 지붕의 유리 부분이 짙은 파란색으로 햇빛을 차단하고 있다가, 헤드업 콘솔에 있는 버튼만 한번 누르면 즉시 투명해지면서 채광을 높여준다. 일반 모델에서는 옵션으로 제공된다. 

SLK 55 AMG의 달리기는 한 마디로 통쾌하다. 엔진의 회전이 매끄럽고 빠르게 상승하면서 대배기량 엔진의 넉넉한 토크가 작은 차체를 밀어 붙이는 짜릿함은 독일차의 느낌보다 미국 머슬카의 느낌에 가깝다. 평범하게 주행하다가도 언제든지 그냥 엑셀만 한 번 꾹 밟아주면 “부라랑” 하면서 터져 나오는 중저음 사운드와 함께 신나게 달릴 수 있다는 점이 AMG의 최대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변속기는 ‘AGM SPEEDSHIFT PLUS 7G-TRONIC’ 자동 7단이며, ‘C(Controled Efficiency)', 'S(Sport)', 'M(Maunal)'의 3가지 주행모드가 제공된다. 0 ~ 100km/h 가속에는 4.6초가 걸린다. 강력하다. 기어 변속은 7,000rpm에서 이루어지며 각 단의 변속은 60, 100, 150, 215km/h에서 이루어진다. 

  
스포츠(S) 모드에서는 저단기어를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하는데, 강하게 가속하면 시프트 업 할 때도 “슝”하면서 신나게 변속하고,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으면 “붕”하면서 회전수를 높여서 기어를 낮춰준다. 하지만 적극적인 회전수 매칭으로 보기는 어려운 정도이며, 이는 수동모드(M)에서도 마찬가지다. 서킷이나 산길의 코너링을 예리하게 즐기고 싶다면 수동모드에서 시프트 패들을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경쟁자들이 앞 다투어 장착하고 있는 듀얼클러치 변속기에 비해 AMG 7단 변속기는 변속 반응이 더딘 편이고, 기어를 내릴 때 회전수 매칭을 해 주지 않아 울컥거림이 여전하다. 작은 차체에 강력한 엔진으로 완성한 파워풀한 이미지가 변속기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수동 모드에서는 회전수가 레드존에 도달해도 자동으로 시프트 업이 되지 않고, 레드존 직전에 계기판 모니터를 빨간 색으로 바꾸고, 계기판 가운데에 변속해야 할 기어 단수와 함께 ‘4UP’ 처럼 기어 변환 경고 메시지를 표시해 준다. 또한 킥다운을 지원하지 않고 현재 기어에 고정되는 방식이다. 

SLK 55 AMG는 시동을 걸 때부터 사운드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낮은 회전수에서부터 둥둥거리는 엔진사운드가 매력적이며, 고회전으로 올라가면 박력 있는 사운드가 자극을 더한다. 하지만 63 AMG들이나 이전 세대의 55 AMG들의 배기 사운드가 웅장하게 울려 퍼졌던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사뭇 얌전한 편이다. 

  
고속 직진 안정성은 메르세데스 가문답게 탁월하다. 하지만 코너에서 넘치는 파워를 뒷바퀴에 몰아서 뿜어 낼 때는 뒤 꽁무니가 여지없이 흔들린다. 그래도 초대 SLK에 비하면 뒷바퀴 그립이 많이 향상된 편이다. 더 뛰어난 균형과 그립을 원한다면 뒷바퀴 정도는 타이어 사이즈를 키우는 것도 좋겠다. 물론 뒤가 흐른다 싶으면 정교한 ESP가 아주 신속하게 개입해서 자세를 바로 잡아 주므로, 빗길에서조차도 안정성을 신뢰할 수 있다. 

  
하드탑을 열면 무거운 철판 지붕이 트렁크에 수납되면서 뒷바퀴의 그립이 높아지고 밸런스도 더 좋아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최초로 선보이는 드라우트-스탑 시스템인 에어가이드(AIRGUIDE)는 난기류로 인해 실내로 유입되는 바람을 차단시키고 외부 소음을 감소시켜 쾌적한 오픈 주행을 가능하게 해준다. 

  
지붕을 열고 강렬한 배기음을 즐기면서 무섭게 내 달리는 SLK 55 AMG는 연비와 퍼포먼스 양면에서 모두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졌다. SLK 55 AMG는 1억 490만원(부가세 포함)이고, SLK 55 AMG Edition 1은 1억 2,380만원(부가세 포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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